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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 - 구병모

 

줄거리

 보통 사람과 달리 아가미가 있는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책이다.
 소년은 동반자살 하려는 아버지에 의해 호수로 빠지나, 가까스로 살아나 근처 마을 할아버지의 집에서 살게 된다. 그 집에는 이미 손자가 한 명 살고 있었다. 손자는 소년의 몸에서 아가미를 발견한다. 그리고 소년을 팔아넘기는 대신 숨긴 채 함께 살아가기를 택한다. 살아가기 위한 것들을 가르쳐주고, 씻겨주고, 가끔 호수로 데리고 가 헤엄치도록 해준다. 손자는 소년이 호수에서 헤엄칠 때마다 자신과는 다른 존재이며, 영영 멀리 떠나버릴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이 느낌이 강해진 날, 손자는 소년을 묶어두기 위해 자신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더욱 못되게 군다. 어느 날 할아버지의 딸, 손자의 친엄마가 집을 찾아온다. 그녀는 아들을 자신의 아버지에게 버리다시피 하고 밖에서 살다가 돌아왔다. 그녀는 마약 중독자였다. 그녀가 보기 싫었던 할아버지와 손자는 밖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집에서 그녀를 보는 것은 소년 뿐이다. 소년은 이제까지 손자에게 자신의 지느러미와 아가미, 비늘이 세상에 알려진다면 해체되고 해부되는 끔찍한 미래 만을 들어왔다. 그런데 소년의 비늘을 발견한 여자는 그에게 예쁘다고 말해준다. 소년은 그 말을 듣고 그녀에게 호감을 갖는다. 소년은 그녀를 살리기 위해 그녀가 가진 마약을 모두 처분한다. 마약이 없어진 그녀는 상태가 더 안 좋아지고, 몸싸움 끝에 소년은 그녀를 밀치고 그녀는 죽게 된다. 소년은 울면서 이 사실을 손자에게 알린다. 손자가 집에 와서 상황을 파악하고 소년에게 도망가라고 한다. 소년은 손자의 어머니를 죽였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갖는다. 소년은 나를 죽이고 싶지 않냐고 묻는다. 손자는 죽이고 싶다고 답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소년은 그때 손자가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소년은 손자의 말대로 도망쳤고 자리를 옮길 때마다 손자에게 자신이 있는 곳의 사진을 보낸다.
 도망친 후 조용히 살고 있던 소년에게 한 여자가 찾아온다. 그 여자는 소년에게 손자를 아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소년은 여자가 들려준 이야기로부터 손자가 실종됐고, 죽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손자가 소년의 아가미를 가장 처음 발견하여 소년에게 이름을 지어줬다는 사실도. 이후 소년이 바다를 떠돌아다니며 손자의 시체를 찾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감상평

 인상 깊었던 점은 손자 강하와 소년 곤의 관계이다. 강하는 엄마 아빠가 기억도 안 난다고 했지만 누군가가 떠나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자기가 발견한 곤을 놔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강하는 곤의 아가미를 가장 처음 발견하고 그에게 직접 이름을 지어주었다. 하지만 그는 곤을 고기새끼와 같은 멸칭으로만 불렀는데 이 까닭은 마지막에 등장한다. 곤을 처음 발견한 그 무렵 강하는 '장자'라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 거기에 이런 글이 있었다.
 "북쪽 바다에 사는 커다란 물고기, 그 크기는 몇 천 리나 되는지 알 수 없는데 그 이름을 "곤"이라고 한다. (중략) 이 물고기는 남쪽 바다로 가기 위해 변신하여 새가 되는데 그 이름을 "붕"이라고 한다. 그의 등은 태산과도 같이 넓고 날개는 하늘을 가득 메운 구름과 같으며 한 번 박차고 날아오르면 구만 리를 날아간다."
 강하는 이거야말로 이 아이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며 '곤'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지만, 이후 문장이 예언이 될까 두려워 자신이 그 이름을 입에 담지는 못했다. 곤을 가시밭길과도 같은 세상에 던져 모른 채 살기보다 자신이 품고 살기를 선택 했지만, 곤이 너무 커져 밖으로 나갈까 무서웠기에 괴롭히고 구박하는 방식으로만 그 사랑을 표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방식이 달랐다면 좀 더 아프지 않고 함께 클 수 있었을텐데. 바로 잡아 줄 어른들 없이 뾰족한 세상을 살아야 했던 아이들을 보니 그냥 마음이 아프다. 곤이 강하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 또한 이야기의 마지막이 돼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의 시점에서 전개된 이야기 속에 강하에 대한 원망은 없었다. 그저 강하가 자신을 생명으로 존중해 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런데 곤이 집을 나가기 전 강하의 "살아줬으면 좋겠으니까" 라는 말을 듣고, 강하가 자신을 생명으로서 존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죽인 어머니보다도 자신을 더 아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더불어 너무 늦게 알았다는 사실도. 너무 안타깝다. 할아버지는 옆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뭘 했을까? 강하도 어린 아이인데, 강하가 곤을 키우는 동안 이를 그냥 지켜보기만 한걸까? 그리고 강하가 곤을 괴롭힌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은 게 이해가 안된다. 주변에 어른이라고는 할아버지밖에 없었는데 안일하게 굴었다고 생각한다.

 소외되고 폐쇄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담백한 문체로 서술된다. 그럼에도 이야기의 슬픔과 아름다움은 스러지지 않은 채 온전히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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